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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김재철에게 사과 안 하자 프로그램 폐지"


"5년 전 일인데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PD연합회 행사 사회를 보면서 "김재철 MBC 사장과 김인규 KBS 사장 중 누가 더 바보인가"라고 물었더니 대다수가 "김재철"이라고 외쳤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다음날 라디오 녹음실에 세 명의 MBC 간부가 와서는 그 일 관련, 사과하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사과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그런 게 MBC 사규에 어긋나면 나를 자르라"고 했다. "내가 MBC 프로그램에서도 아니고 다른 외부 행사에서, 자연인으로 내 이야기를 한 것인데 그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면 못 하겠다"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며칠 뒤, 또 다시 그 세 명이 와서는 반드시 사과를 해달라고 했다. 나 역시 못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실제 여전히 김재철 사장이 바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지, 며칠이 지났는데, 프로그램 담당 PD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다른 곳으로 발령났다. 나는 올게 왔구나 싶었다. 프로그램을 없애는 수순으로 들어 가는구나 했는데, 이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결국, 내가 라디오본부장을 찾아가서 없앨 거면 공식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폐지한다고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당시 본부장은 프로그램을 없앤다고도, 안 없앤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MBC라는 규모의 회사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 프로세서가 매우 비겁하고 졸렬하다고 생각했다."
 


"김제동 씨와 둘이 많이 울었다"  


"당시 <오마이텐트>를 기획할 때, MC로 당연히 김제동 씨를 생각했다. 술도 잘 마시고 산에도 잘 다녀서 프로그램 성격과 잘 맞았다. 그런데 그를 MC로 섭외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당시 일밤 MC를 할 때였고, 그 전전해에는 KBS 방송연예 대상을 받기도 했다. 3~4번인가 새벽에 집까지 찾아가서 만나달라고 했다. 결국, 곱창집에서 소주를 마셔가면서 억지로 섭외에 성공했다. 

그때 편성국장이 안광한 전 사장이었는데, MC로 김제동 씨를 섭외했다고 하니 어떻게 데려왔느냐며 칭찬했다. 그리고 <오마이텐트> 기획서를 읽고는 시류를 잘 읽은 기획이라며 어떻게 이렇게 멋있는 기획을 했느냐고 찬사를 쏟아냈다. 그 후광으로 촬영을 시작했는데, 첫 방송에서 시청률이 13%나 나왔다. 당시 파일럿프로그램 중 제일 시청률이 높았다. 이건 당연히 정규프로 된다고 했다. 방송 다음날 아침, 아웃도어 협찬사에서 전화가 밀려왔다. 자기네가 먼저 프로그램 협찬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점점 이상하게 흘러갔다. 방송 나래이션으로 윤도현 씨를 섭외했는데, 위에서 꼭 윤도현으로 해야 하느냐고 했다. 그때만 해도 블랙리스트 문건이 있는줄 몰랐다. 그래서 나는 전달력도 좋고, 각광받고 있기에 윤도현이 딱이라고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참 멍청한 짓이었다. 김제동에 윤도현이라니... 내가 못 알아챈 거였다. 

방송이 나간 이후, 이런 저런 말들이 들어왔다. 당시 안광한 편성국장은 시류를 잘 본 기획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기획이 모호하고 불투명하다고 말을 번복했다. 그리고 시청률이 높게 나온 것은 선제편성으로 이득을 본 거라고 깎아내렸다. 게다가 프로그램 제목도 문제 삼았다. 오마이뉴스를 연상케한다고. 그런데 캠핑장 정보 찾는 사이트 이름이 오마이텐트다. 

그러면서 외부 인터뷰 자제하고 조용히 있으면 다음 학기(가을 개편)에는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편성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끝이 났다. 김제동 씨가 밤에 제게 전화해서 많이 울었고 나도 많이 울었다. 우리가 그렇게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게 며칠 전 나온 "MB 블랙리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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